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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웹소설, 판타지

로판인 줄 알았는데 괴담이다 : 내 장르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by 덕키 Duckie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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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인 줄 알았는데 괴담이다]

*'로판인 줄 알았는데 괴담이다'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부분과 캐릭터에는 로판괴담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키워드]

로판, 빙의, 

여주는 로맨틱 코메디, 남주는 로맨스릴러,

욜로여주, 햇살여주, 로판 사고회로 여주, 사패 남주->여주처돌이 남주

우당탕 착각계, 개그

 

[작가]

물푸울

 

[줄거리]

어느 날 눈떠보니 로판 주인공에 빙의한 여주 로제가

사실은 괴담에 빙의했던 걸 스스로 장르를 파괴하고 남주 루카스 무어를 구원해버리는 이야기

 

 

좀 더 자세한 줄거리?

1) 기말 리포트 쓰며 밤새우다 기절하듯 잤더니 빙의했고

2) 여기가 천국이구나, 꿀 빨며 저택생활을 즐기는데 저택 분위기는 좀 싸하고

3) 그래도 얼굴천재 약혼자도 있고 약혼자 덕질하는 재미에 하루하루 즐거운데

4) 아무래도 빙의했으니 이전 기억이 없잖아? 

 기억상실인 척 했더니 약혼자가 친절히 약을 주네? 어머니도 걱정된다며 의사 불러 약을 지어주네?

 하지만 진짜 기억상실은 아니니까 약은 당연히 패스.

5) 근데 알고 보니 의붓 언니인 줄 알았던 제릴은 의붓 오빠였네?

 차에 꿀 타서 마시다가 약이 실수로 섞이게 되고 은스푼이 검게 물들며... 독살 시도?

뭐지 뭐지? 이 극단적인 전개는?

 

 

[매력포인트]

1.  신선도 100%

괴담 좋아해서 소개글만 보고도 ‘오오오’하고 기대되었는데

기대가 배신 때리지 않음!

찐공포 전개가 없더라도 나폴리탄 괴담을 기본을 깔고 가고

로판에서 괴담 소재라니, 크툴루라니 소재가 너무나 신선하잖아?

그 신선도가 작품 끝까지 감.

로판 웬만한 건 다 본 것같아 심드렁하다 하면 추천x100

 

2. 쎄한 분위기

일단 나폴리탄 괴담 기본으로 깔고, 크툴루 신화가 섞여있음.

뭔가 고딕 호러 소설에 나올 것 같은 대저택에

이상하게 상냥한 어머니,

공포에 짓눌린 것 같은 이복 언니,

묘하게 생동감 없어 인형같은 사용인들

이런 상황 자체는 진짜 쎄한데 로제(여주) 혼자 깨발랄.

 

헬조선에서 기말 공부하다가 빙의해서 꿀빨고 산다고 생기발랄하게 이것저것하는데

그 행동들이 사용인들만 보는 근무수칙과 정반대인 게 드러났을 때 오싹~

‘아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하고 계속 읽게 됨.

 

3. 그런데 개웃김

그렇게 사망플래그를 마구 꽂고 다니는 로제가 그걸 또 묘하게 다 피하고 다니네?

그리고 자신은 K로판에 빙의했다고 굳게 믿고 

이 난국을 헤쳐나가리라 하고 돌진하는데

그 착각에서 오는 갭이 정말 너무 웃겨 ㅋㅋㅋㅋ

 

굳이 착각 뿐 아니라 혼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는데 진짜 활자 단위로 웃겨 현웃 터짐 ㅋㅋㅋ

기억상실인 척하다가 ‘지난 달에 했던 일 뭐 기억하냐’고 해서 대충 서재에 있는 책 제목을 댔더니

 

가벼우면서도 안 유치한 소설을 찾는다?

이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야, 싶을 수 있지만

여기 그런 책이 있다구요.

 

처음엔 제목이 요즘 흥하는 문장형 제목이라 ‘아 또......’이랬는데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찰떡이란 생각이 듦.

올해 읽은 소설 중 제일 자주 복습하는 책.

 

 

4. 클리셰를 비트는 맛

k로판 많이 읽은 사람이라 초반 소개나 설정만 들어도 대충 어떻게 흘러가는지 짐작되어 이제는 식상한다 하는 독자, 

바로 그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거. 

수많은 로판 클리셰가 어떻게 비틀리는지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는 거.

 

어머, 빙의했네. 근데

 

공략할 마음은 없지만 어쩔 수 없구만.

 

일단 얼굴천재인 걸 봐서 네 놈이 남주겠구만.

 

의붓언니인 줄 알았는데 의붓오빠였다고? 그럼 설마 서브남?

(근친은  너무 한다고 선 넘을 뻔했데 ㅋㅋ)

 

핵인싸 탐정이 하나 나오는데

 

상황이 자신이 해석한대로 안흘러 가니까

 

이런 식으로 상황을 해석하는데 로제가 워낙 로판을 많이 읽어서 

메타 드립이 엄청 나옴.

중요한 건 장르를 착각해서 그게 다 꽝이라는 점이지만

그게 또 독자에겐 빅잼을 선사한다는 거.

 

여주인 로제가 이런 식으로 클리셰를 깨부수는 걸로 독자를 웃긴다면

남주인 루카스 무어 경은 장르 속에서 장르가 파괴되는 걸 몸소 체험하면서 멘붕하는 걸로 또다른 즐거움을 줌.

 

진짜 사람 목숨 뭣도 아닌 걸로 아는 찐싸패 계략남주인데

로제 덕(?)에 장르가 파괴되더니 

자신의 계략도 파괴시켜버리네?

거기에 속성도 여주처돌이 속성으로 변해버렸네?

 

진짜 나중에 절절해져서 로제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덜덜 떨고 순정남 되는데

또 밑바닥엔 계략남주 속성이 남아있어서 어떻게든 근원적 악의 속성을 이용해먹으려고 옆길로 새는 데 ㅎㄷㄷ 거리면서 계략짜는 게 웃픔. 넘 귀여움. ㅋㅋ

 

 

5. 여주가 남주에게 구원자 포지션이 좋다면 백퍼 매력적인 소설

그것도 여주도 뭔가 도움을 받고 그런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남주에게 한줄기 빛인 거.

나아가 거기서 구원자까지 되어버리는 거.

여태 쌍방구원물만 핥다가 여기서 일방구원물의 찐재미를 알아버림.

 

6. 등장인물들이 다들 사랑스럽고 매력 넘침

작품에 애정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다들 사랑스럽고 매력 뿜뿜.

 

그냥 댕청한 얼빠인 줄 알았던 로제는 그 해맑음이 최고의 무기였고요, 

그 기세로 최종보스까지 퇴치하는 세계관 최강자고요.

겉가죽만 잘생긴 싸패 남주 무어 경은 분명 계략남주였는데 

점점 여주처돌이가 되면서 나중에 눈물 뚝뚝흘리며 매달리는데 이게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이렇게 이상한 취향에 눈뜨고 말았습니다 ㅠㅠ)

 

우리 제릴, 우리는 제릴에 대해서 간과하면 안돼.

로제와 무어 경이 각각 다른 장르 영화 찍을 동안 제릴은 혼자서 진짜 호러물 찍고 있었거든.

간간히 나오는 제릴보면 괴담 속에 들어와 있는 거 확실하고요.

 

생각보다 등장분량이 많지 않았던 장미의 요정 정원사나

유쾌한 훈남 탐정도 넘나 각자의 매력이 있음.

 

심지어 나중에는 로제의 어머니도 나름 이해가 된다고.ㅠㅠ

 

인물 하나씩 핥는 건 나중에 따로 하자. 

 

[이렇게 재미있지만 안맞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독자는?]

1. 로맨스 감정선이 섬세하고, 이게 중점이 되는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

로맨스가 절대 부족한 소설은 아님.

남주 루카스 무어 경 시점이 나오면서 (챕터 8) 

처음부터 묘하게 신경 쓰이던 로제가 어느 순간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불안하고 자기가 수발 들어야겠다는 과정이 차근차근 나옴 ㅋㅋ

 

하지만 두 사람이 서서히 감정선을 쌓는 서사를 즐긴다? 그러면 이 소설은 그런 니즈는 만족시킬 수 없음.

 

2. 나폴리탄 괴담 뭔데? 크툴루 뭔데?

몰라도 볼 수 있음.

하지만 알면 아는 만큼 더 보이는 편이라 나폴리탄 괴담 계열이나 크툴루 신화쪽을 아예 모른다고 하면 사건이 다 해결되어도 읭? 싶을 수 있음.

 

특히 나폴리탄 괴담 자체가 딱 떨어지는 결말을 주는 스타일이 아니고 모호한 결말과 여백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 ‘그래서 사용인 근무수칙은 정확히 누가 왜 만들었어?’ ‘작가는 왜 떡밥 회수 제대로 못해?’ 하고 찜찜해 할 수 있음.

 

크툴루 신화 쪽은 아예 모르더라도 책의 설명만 따라가도 꽤나 자세한 설정까지 설명이 됨.

(고대의 존재, 미지의 존재가 가진 엄청난 힘과 공포에 그야말로 압도되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거. 그 존재가 산제물을 원한다는 거 등등)

하지만 크툴루 신화 알면 또 깨알로 보이는 점이 있으니까 그게 다 건너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워하고 안맞아하는 독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함.

 

3. 여주가 너무 혼자 튀어, 혼자만 너무 밝아

여주 성격이 마음에 안들 수 있음.

말 그대로 혼자서 완전 다른 세계관으로 착각하는 것이 주요 틀이기 때문에.

그 괴리감을 개그로 받아들인 독자는 이 소설을 좋게 평가할거고

그런 갭이 그냥 눈새 같아 보이고 너무 과장되어 보이면 불호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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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심스럽게 불호 포인트도 썼지만

로판괴담, 진짜 재미있어요ㅜㅜ

속는 셈 치고 봐주세요. 엉엉

 

진짜 내가 생각하는 최대의 단점은 소설이 짧다는 거!

외전 일만 이천 개 더 쓰실 수 있잖아요. 작가님.

둘이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이름 진짜 안 지어줄 건가요?

(하긴 그게 또 어울리긴 함)

큰 사건 없어도 소소한 일상만 외전으로 더 던져주셔도 좋구요.

 

아무 소식이 없는 건 외전이나 차기작 쓰신다고 그러신거죠?

그런 거라고 믿을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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